아직 이가 안 난 아들은 하루에 한 번씩 잇몸을 손수건에 물을 묻혀 닦아준다. 목욕하기 전에 혀도 닦아준다. 나중에 이가 나고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닦아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귀엽다. 아들은 나중에 스스로 양치질을 잘 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양치질을 제대로 안 해서 치과 치료를 오랫동안 받은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 양치질도 배우고 어머니가 이 닦는 책도 읽어 주셨고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이 닦는 법을 보기도 했지만 성인이 된 후 스케일링 받을 때마다 이를 잘 닦으라는 얘기만 들었다. 나름 치과에서 가르쳐준 방법으로 잘 배우고 난 이후에 며칠은 그렇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내가 편한대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치과의사들이 억울하다고 하나보다 본인들은 그렇게 양치질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다들 치과에서 배웠다고 그러니까 말이다. 최근 치과의사인 처제에게 잇몸이 왜 이렇게 내려갔냐고 질책을 받았고 치실 사용법을 배웠다. 치실을 사용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사실 정말 귀찮다.
부끄럽지만 점심 먹고 바로 양치를 했었던 적이 별로 없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이 열심히 하니까 분위기 상 했던 것 같은데 대학생 때나 교사생활 할 때는 굳이 나중에 저녁 먹을 거니까 양치 해야 하나? 이런 안일한 생각을 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나서야 양치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꼭 했지만 아직도 혀를 닦는 걸 가끔 잊어버리면 곧바로 아내의 찌뿌리는 미간을 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들을 매일 하게 하셨다. 자고 일어나는 것 부터 먹고 씻는 것까지 대충해서는 안 되는 이런 일들을 매일 해야 한다. 아직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들에게 언젠가 다 하나 하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 사람이 생존하는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다는 걸 느낀다. 살아가면서 점점 관리해야 하는 것이 많아지지만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피부 관리, 뱃살 관리, 각질 관리, 털 관리, 치아 관리 등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깔끔한 모습을 늘 보이고 살아가야 한다. 매일 귀찮아도 꼭 해야 하고 하루만 하지 않아도 금세 엉망이 되는 외모를 볼 수 있다.
어느 날 열심히 이를 닦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양치를 하는 행위가 마치 우리의 마음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이다. 사탕과 초콜릿처럼 단 것은 우리의 입에는 즐겁지만 치아에는 해로운 것처럼 우리가 죄를 지을 때면 그 달콤함을 즐기지만 마음은 어두워지지 않는가? 만약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다 하더라도 이를 안 닦아야 하는 건 아닌 것처럼 오늘 하루 죄 지은 것이 없더라도 말씀을 읽어서 씻어내야 한다. 하루 말씀을 읽지 않으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마음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치석이 끼는 것처럼 마음의 기름이 끼게 된다. 물론 하루 이틀 이를 닦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방치하거나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이를 닦게 되면 어느 순간 이가 검어지고 큰 통증을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이 어느 순간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매일 예수님을 생각하고 말씀을 묵상하지 않으면 말이다.
우리 몸은 사람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1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 세포는 하루 동안 죽는 것과 만들어지는 것을 반복하는데 약 3000억 개의 세포가 하루 동안 새로 생긴다고 한다. 우리 몸은 매일 일한다. 심장은 밤에는 천천히 뛰며 휴식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우리 몸의 생체 기능들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활동한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봤을 때 우리는 사람의 생존에 관련된 일들을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성실히 해야 한다고 알 수 있다.
나는 위에 있는 치아 중에서 영구치가 두 개가 없었다. 그래서 유치를 20년 간 사용했고 그게 빠진 이후에는 브릿지를 했다. 얼마나 많은 돈을 이미 치아에다가 투자를 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도 임플란트를 4개나 하시고도 치과에 2년이 넘도록 안 가신다고 한다. 참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는 치아이지만 갑자기 어느 순간 안 좋아지는 참 중요한 신체부위이다. 장인어른도 치아 때문에 항상 처제한테 관리를 받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치아관리를 하찮게 생각해왔는지 반성하게 됐다.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늘 치아 검사를 의무적으로 의사들을 불러 시키고 국가에서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시키는 이유가 뭐겠는가? 뭐든지 괜찮은 상태일 때 잘 관리해야 한다. 매일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잊지 않고 해야 한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간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건강을 혹사시켜서 나중에 돈을 많이 모아서 편안하게 일 안 하고 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매일 양치하는 것처럼 꼼꼼하고 세심하게 집중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끝날 때까지 항상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셨는데 그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매일 자세히 성경을 읽고 매일 간절히 기도하고 매일 즐겁게 교제하고 매일 담대히 전도하라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건강해야 하기에 전체 삶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소소한 일상에서의 단순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정말 신경써서 집중해서 해야 한다. 귀찮다고 대충하면 훗날 큰 아픔들이 몰려올 것이다.
잇몸과 치아가 연결된 사이 사이 하나 하나 조심히 문지르고 입 주변도 구석구석 닦으며 생각한다. 사랑이 없으면 못 하겠다는 것을 말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매일 먹이고 매일 안아주고 재우면서 느끼지만 사랑이 없으면 계속 반복되는 이 지루하고 귀찮은 일을 계속 해주지 못하겠다는 생각말이다. 왜 훌륭한 양육은 아이에게 특별한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귀찮음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나를 가꾸고 신경쓰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더욱 나를 사랑하자. 그래야 이도 더 잘 닦고 남도 더 건강하게 내 가족을 잘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양치 하듯 구석구석 안 좋은 것들을 닦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