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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 혼자 살아갈 준비

CT's Diary 2025. 7. 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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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무엇인가? 반항하고 엄마한테 대드는 시기일까? 엄마가 시키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아빠가 뭘 알아!" 하면서 방문을 쾅 닫고 문을 잠그는 사춘기! 오늘도 자녀들의 사춘기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모님들께 말씀드린다.

"당장 자녀를 제 앞으로 데려와주십시오. 제가 잘 설명해주겠습니다! 사춘기가 무엇을 해야하는 시기인지를 말입니다!"

사춘기의 국어사전 정의는 이러하다.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시기.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여 이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 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이성(異性)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춘정(春情)을 느끼게 된다. 청년 초기로 보통 15~20세를 이른다.

가끔 보면 국어사전 쓰시는 분들은 정말 얼마나 똑똑한가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 단어의 뜻을 다른 단어들을 이용해서 뜻을 풀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춘기의 단어 풀이도 단지 생물학적인 변화만을 나타낼 뿐 그 시기에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일례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 거룩하다를 찾아보면 성스럽고 위대하다라고 되어있고 성스럽다는 거룩하고 고결하다 라고 되어 있다. 단어의 뜻 하나 제대로 이해하는 게 참 어렵고 아름아름 대충 짐작하고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그 뜻을 하나씩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사춘기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혼자 살 준비를 하는 시기! 라고 말이다. 사춘기는 성인처럼 몸이 다 커질 때에 찾아온다. 심지어 부모님보다도 커지고 혼자서도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온다. 아직 돌도 안 지난 아들은 혼자서는 진짜 아무것도 못하지만 점점 크면서 기저귀도 떼고 밥도 혼자 잘 먹고 씻고 걷고 입고 챙기고 정리하고 말도 조리있게 잘할 수 있을 때가 곧 올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부모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이것저것 다 잘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 때! 이제는 자기가 스스로 하고 싶어하고 자기 뜻대로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고 싶을 때가 온다. 그리고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부모의 부족함과 연약함도 보이게 될 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나도 혼자서 다 잘 할 수 있어." 그것이 사춘기다. 그리고 이차성징이 같이 오는 이유는 훗날 부모님처럼 이성을 만나 사랑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혼자서 자기를 잘 챙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면 그 다음엔 다른 사람들을 같이 챙길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결국 사춘기는 부모님처럼 살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간이 혼자 산다는 것은 다른 말로 혼자 살 집을 구하고 혼자 밥을 해먹고, 옷을 사입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하고 말을 잘 해야 하고 머리를 잘 써야 한다. 나에게 돈을 주는 사람 밑에서 일하며 감정조절, 인간관계기술, 시사상식, 여가생활 등 수많은 지식을 익혀야 하고 손해보지 않기 위해 말을 해야 할 때는 예의를 갖추어 정확히 내가 원하는 바를 얘기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정말 수많은 능력들을 다 가지고 있어야 세상을 살 수 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아무것도 안 하는 나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아예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교육시킨다. 글을 읽는 법을 가르치고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가르친다. 지금 초등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고 있는 나도 지금 한달마다 교육청에서 주는 돈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공부를 했는지 모른다. 체력관리도 중요하기에 운동도 게을리 하면 안 됐고 수업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공부해야 했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급경영에 대한 공부. 그리고 학생들의 인성지도와 학생들 간의 갈등과 다툼에 대한 부분이었다. 학교에서는 다 가르쳐주지 않는 정말 많은 부분들을 혼자 찾아서 공부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고 이미 다 이루신 분들은 그거 별거 아니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 아직 겪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무섭다. 깜깜하고 두렵다. 그러기에 배움은 끝이 없고 정작 인생 가운데 정말 중요한 내용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 위해 혼자서도 사람답게 잘 살기 위해 무엇을 사서 쓸지 어디에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나하나 다 배우고 연구하지 않으면 사람답게 살 수가 없다. 그토록 하기 싫어했던 청소를 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템을 사고 올바른 방법을 배워서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수리의 어미는 자기 자녀가 어느정도 자라면 절벽으로 데려가 냅다 공중에서 던져버린다. 새끼 독수리는 자신의 목숨을 위해 수없이 날갯짓을 하며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운다. 그 과정은 굉장히 큰 고통이다. 비행 기술과 사냥 기술 같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들을 가르치기 위해 독수리 어미는 최선을 다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자녀가 앞으로 혼자 살아갈 세상을 위해 좋은 것들을 물려주려 하고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식들을 전수하려 한다. 왜냐하면 언젠가 부모는 자녀를 두고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늦게 헤어지면 좋겠지만 순리대로 라면 모든 자녀는 언젠가 부모가 없이 살아야 하고 그들도 그들의 부모와 똑같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사춘기는 그 언젠가를 위해 존재한다. 혼자 결정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며 인생을 혼자 살아갈 준비를 위해 사춘기가 존재한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현대사회에서의 공통적인 루트는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는 것이다. 어떤 나라는 학교 안 가고 농사 짓거나 양을 치겠지만 결국 그런 삶이 모두 혼자 살기 위한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다. 그래서 자녀들은 부모의 삶의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깨달아야 한다. 이 삶은 진심으로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수없이 많은 문제를 만나야 하고 괴로운 일을 겪어야 하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하기 싫은 것들을 해야 하고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내 감정을 숨겨야 하고 참고 참으며 사랑해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성격도 숨기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기 할 일도 잘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베푼 호의가 있다면 다시 되갚는 사람노릇도 해야 한다. 돈을 벌었다고 마구 욕구를 표출하지 말고 잘 모으며 미래를 대비하고 현명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건강을 위해 좋은 것들을 신경써서 먹어야 하고 간간히 고통스러운 운동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올바른 직업을 갖고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또한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다면 배우자와 자녀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 중에 정말 작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는 저 과정들 중에 결코 하나라도 쉬운 것이 없다. 한 사람이 사람다운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얼마나 더욱 어려운가? 나보다 어린 동생들을 보며 앞으로 저들이 걸어갈 길을 이미 걸어왔던 것에 감사하고 또 내가 겪었던 아픔들을 똑같이 겪지만 잘 헤쳐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질풍노도의 자녀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부모님들이 존경스럽다. 언젠가 우리 아들도 자기를 키워준 엄마한테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있어!?"라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내 인생 역할은 내 아들이 혼자서도 이 삶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힘든 삶이 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주는 것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부모님이 안 계셔도 살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힘들고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행복한 일들도 많았다. 더욱이 이곳을 떠나더라도 천국 갈 소망을 가졌다는 것도 정말 감사하다. 언젠가 나의 아들도 나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하며 아버지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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