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묵상

발을 씻긴다는 것

CT's Diary 2025. 5. 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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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3:4~5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 그 당시에 종들이 하는 일이었고 포장된 도로가 아닌 흙 길을 걸었기에 굉장히 더러운 발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자기 발을 씻길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예수님께서 종의 일을 하시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고 자기 발을 보인다는 게 부끄러웠을 것이다.

발을 보인다는 건 사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인생 4개월 차가 된 아들의 발은 정말 포장지를 갓 뜯은 맥북처럼 맨들거린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내 발은 뒷꿈치는 각질과 굳은살들이 가득하고 발가락에도 갈라진 살들 투성이이다. 발은 신체부위 중에서 가장 못생긴 부위임에 틀림없다. 손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가장 씻기도 어려운 부위이고 관리하기 어려운 부위이다. 손님으로 어느 집에 초대를 받더라도 거기서 신발은 벗더라도 양말을 벗는 일은 절대 없다.

어린 시절 교회 안에서 세족식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중학생 때 분반선생님께서 해주셨던 기억도 생생하고 중고등부 교사를 할 때 학생들의 발 씻어준 것도 생각난다. 고등학생 시절에 수련회에서 기독교적인 활동들을 했었는데 거기서 친구와 짝을 지어 서로의 발을 씻어주었다.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다는 설정으로 유서도 쓰고 관에도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때 내 옆에서 한 친구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면서 앞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았었는데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는 옆에 있는 짝꿍에게 세족식의 의미와 죽음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추억을 꺼내보자면 초등학생 때 방학숙제로 부모님 발 씻겨주기가 있었는데 부모님의 발을 그 때 자세히 보았었다. 내 발과는 사뭇 다른 발이었다. 아마 지금 내 발보다 더 투박해진 모습이겠구나 생각해보니 마음이 미어진다.

한 때 유행했던 박지성의 발, 김연아, 강수진의 발이 있었다. 광고에서는 그들의 발을 아름다운 발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발은 상처나고 뼈가 뒤틀리고 온통 굳은 살로 가득한 못생긴 발이다. 하지만 그 발들이 왜 아름답다고 하는지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들의 발은 그들의 노력의 시간을 보여준다. 얼마나 많이 달리고 뛰었을지 모르는 그 발로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었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교훈과 귀감이 되었다. 성경에서도 산을 넘는 발이라고 하신 것처럼 이곳 저곳 복음을 들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발을 하나님께서 아름답다고 하셨다. 많이 뛰어다니는 사람의 발은 못생길 것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발을 아름답다고 하시며 항상 이곳에 오셔서 우리의 발을 어루만지시며 씻겨주시고 계신다.

예수님의 발을 씻기시는 모습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겸손하신 모습을 보여주시고 우리의 삶 가운데 묻어나는 허물들을 눈 감아 주시고 깨끗하게 씻어주신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도들 간에 서로 발을 씻겨주어야 한다는 명령을 하시기 위해 먼저 본을 보이신 것이다. 교제는 서로 발을 씻기는 곳이라고 배웠다. 자신의 발을 보여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기꺼이 서로의 발을 보이고 그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그 만큼 서로 사랑하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살면서 몇몇 분들의 발을 씻어주었을 때 뭔가 기분 나쁘고 불쾌한 느낌이 들기 보다 내가 진정으로 섬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오히려 많이 좋았고, 발 씻김을 받을 때는 부끄러운 마음에 비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이벤트와 기회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글을 쓰면서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보이신 진정한 의미로서 발을 씻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살면서 더욱 느낀다. 다른 사람의 사소한 잘못도 그냥 넘기는 게 쉽지 않고 화가 나기도 한다. 나에게 잘못한 사람의 죄를 씻어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서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할지라도 속마음을 숨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의 발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것은 훗날 약점을 잡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단점이나 약점을 얘기한다는 것은 자신의 수준을 굉장히 낮추는 안 좋은 행동이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런 우리의 발을 씻기셨고 다른 이의 발도 씻기라고 하신다. 어찌보면 사람들에게 발을 보인다는 것은 공격당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예수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발을 보여준 성도의 발을 씻겨줄 수 있고 내 발도 씻을 수 있다.

교제를 하다보면 때로는 마음이 잘 안 찰 때가 있다. 깊은 속 마음을 얘기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도 있고 겉핥기식의 얕은 이야기들로 변해가는 것 같은 간증들에 아쉬움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는 성도들의 마음 깊은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귀한간증으로 유심히 들어야 한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발을 볼 때 눈빛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서로의 발을 보고 코를 막거나 얼굴을 찌푸려선 안 된다. 발에 손을 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예수님께서는 참 어려운 일을 제일 먼저 하셨고 사랑으로 하셨고 이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발을 씻지 않으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서로의 발을 보았을 때 모두가 예수님처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발을 씻김 받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먼저 발을 씻겨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겠다. 만약 어느 누구도 내 발을 씻겨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예수님께서 내 발을 씻겨주시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발을 씻겨보고 나의 발을 씻김받은 경험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에 한 발짝 더 다가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느낀다. 내 발은 얼마나 더러운가? 오늘도 부끄럽지만 주님 앞에 발을 내민다. 그리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숨기지 말고 발을 내밀어 씻김을 구한다. 그래야 내 삶이 행복하고 오히려 더 감사하고 더 힘차게 달려나갈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내 발을 씻기신 예수님처럼 나도 종이 되어 섬기는 것이 행복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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