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골든벨을 출연했던 소감
고등학생 시절 도전 골든벨 촬영을 했었다.
지금은 그 영상이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그 당시 화질은 지금은 도저히 볼 수 없고 물론 내 모습도 볼 수 없다. 내가 저랬다니.
방송을 촬영하며 보았던 것이 세 가지 정도 있었는데
첫째,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
둘째, 굉장히 길었던 촬영 시간(8시부터 6시 30분)
셋째, 최후의 4인으로 남은 친구들의 공통점
여동생도 당시에 같은 고등학교를 다녀서 같이 한 에피소드로 출연을 해주었고 지금도 회상하면 참 재밌는 추억이다.
나는 한 30번? 초반 20번대 후반? 그때쯤 탈락했던 것 같다.
방송촬영을 하기 전 작가와 아나운서분들이 학교에 와서 어떤 끼 있는 학생들을 출연시킬지 면접을 보고 출연자들을 결정한다. 나도 어쩌다 가서 면접을 봤고 아마 목 돌리기를 장기로 보여줬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하교하고 집에 왔는데 밤늦게 문자가 왔었다. 작가님이었다. 전화를 드렸더니 이렇게 저렇게 여동생이랑 같이 뭘 하면 좋겠다고 그러셔서 알겠다고 하고 생각했다. 작가님 고생 정말 많구나.
한 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수많은 장식품들 엄청난 카메라와 스피커 장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가지 또 보였던 것은 카메라 앞에 나오는 분들은 고작 아나운서 둘에 학생들, 선생님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 뒤에서 조작하시고 조명 관리, 진행, 설치, 작가, 도우미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나운서들은 아주 세련되고 멋지게 꾸몄는데 카메라 뒤에서 정말 막일에서만 일하실 것 같은 분들도 계셨다. 얼마나 힘드실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일요일에 한 시간도 안 되는 프로그램에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게 되어 정말 충격이었다.
우리 교회도 한 주일 한 차례의 말씀과 교제가 준비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력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과 출연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아름다운 결과물이 생긴다는 것 그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당시 어린 눈으로 봤을 땐 진짜 충격이었다. 한쪽은 밝은데 다른 한쪽은 정말 어두웠다. 매일 학교라는 똑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나에게 꽤나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아나운서분들이 상당히 무서웠다. 카메라 돌아갈 때와 꺼질 때가 정말 달랐다. 말 안 듣는 학생한테는 아주 따끔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요즘 예능들은 소수의 몇몇 연예인들이 차분하게 그냥 밥 짓고 일하고 밥 먹는 느낌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단체를 상대로 엄청난 중장비들을 동원하고 처음 보는 학생들과 계속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고생이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고생해서 찍은 결과물을 보며 고3 그 힘들었던 시절에 정말 좋은 추억을 아직도 갖고 있다.
학교에서 의자에만 앉아있었는데 골든벨 하며 오랜만에 바닥에 앉으니 방석이 있더라도 골반 터질 것 같았다. 옛날에 하계수양회 가면 바닥에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참 의자 많이 생기고 편해져서 참 다행이다.
한차례 문제 풀고 인터뷰하고 또 장기자랑까지 보려면 5분은 기본이다. 카메라로 녹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녹화시간의 거의 10배이다. 전체 시간만 봐도 촬영시간은 약 11시간이니까 말이다.
방송에서 온전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아나운서분은 대기시간 계속 거울만 본다. 진짜! 마이크 놓으시면 바로 거울이다. 남자 아나운서분도 그렇게 거울을 보고 얼굴을 살피시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자기를 철저하게 살펴서 남들 앞에 서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 존경스러웠고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작가님이랑 남자 아나운서분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나누시는지. 기다리는 게 참 지겨웠다. 빨리 좀 하시지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장면을 내기 위해서는 기다림은 너무나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아직 기다리고 있다. 예수님의 재림을 말이다. 사랑하는 영혼의 구원 또한 정말 중요하고 너무나 원하는 것이지만 절대 준비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골반 터질 듯이 아팠던 그 시간은 결국 지나가고 결국은 집에 가서 침대에 다리를 쭉 펴고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한 영혼을 구원받게 하기 위한 그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기다림과 고통을 참아야 한다.
떨어지고 나서는 친구들이 답 쓰는 걸 보며 애타하게 되고 친구가 답을 딱 쓰면 정말 기뻤다.
최후의 4인이 되면 인터뷰를 하고 사연들을 다 들어보는데 생각보다 참 시련을 많이 겪었던 학생들이었다.
최후의 4인이 되면 학교에서는 정말 큰 영광이다. 그렇게 칭찬받을 자격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같다.
마지막 엔딩이 되면 최후의 1인 앞으로 오시고 2인도 오세요. 한 다음
나. 머. 지. 학생들은 뒤에 서세요라고 한다.
그래도 나름 도전자에서 응원자로 바뀌었을 때 정말 응원하게 되는 마음도 생기고 그런 마음도 꽤 괜찮았다.
나는 남들이 다 쉬웠다는 계산문제에서 허둥대다가 탈락했는데. 더 겸손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걸 깊이 마음에 새겼었다.
모든 세상일들이 그러겠지만 참 생각해 보면 깨달을 것 투성이다. 오랜만에 그때를 다시 떠올려본다. 지금은 없어진 골든벨이지만 참 낭만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